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ceteris paribus는 라틴어로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Alfred Marshall이 역저 ‘경제학 원론’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용어로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이라는 가정적이고 통제된 전제를 설계하여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데 사용됩니다.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가능 변수를 고려하면 정형화된 법칙을 만들 수도,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기때문에 하나의 변수를 검토하는 동안 다른 변수들은 모두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합니다.

예를 들어 ‘금값이 오르면 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다‘는 명확한 법칙이 성립합니다. 하지만 달러화나 원유 및 기타 선물 가격,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 정책 등에도 금값은 출렁입니다.

경제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등 다른 분야 역시 만찬가지입니다. '피타고라스 정리’ ‘모든 사각형 내각의 합은 360도’ 같은 수학 법칙 역시 모두 2차원의 평면에 있을 때만 성립합니다. ‘물은 섭씨 100도에 끓는다’ 역시 기압, 불순물, 습도 등이 완벽히 통제된 상태에서만 적용됩니다.

이처럼 어떤 경제 이론•자연 규칙을 정의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대단히 어렵고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지만, 굳이 비현실적 가정인 ‘세테리스 파리부스’를 통해 규칙과 법칙을 만드는 것은 현실의 복잡계를 비교적 명확히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한중 관계가 박근혜 집권 정도만 같다면’ ‘일본이 남은 잔의 반을 채웠다면’ ‘야당 대표가 기소되지 않았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좀 더 소통한다면’

이런 모든 가정 역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여 명료한 해법을 찾기 위한 가정들일 것입니다.

단, 이러한 전제와 노력과 가정들을 소수 집권당과 정부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야당, 시민사회, 언론 등 국가를 구성하고 위기를 함께 공유하는 모든 제세력들과 나눈다면, 지금의 경제 위기 극복과 사회 갈등 해결에 조금 더 진전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꼬인 고르디우스 매듭을 알렉산드로스가 그냥 칼로 잘라버리고 왕이 되었던 것처럼 복잡할수록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정답일지 모르겠습니다.